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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3. 7. 13:56

 

글에 올릴 사진을 찾다가 고등학교 졸업식 때 찍은 사진을 우연히 정말 오랜만에 보게 됐다. 아빠가 가발 없이 외출한 모습을 정말 오랜만에 본 느낌이었다. 

아빠는 내가 어릴 때부터 머리가 훤했는데 어릴 땐 어린 마음에..ㅋㅋ큐ㅠ 괜히 부끄럽고 그랬다. 그래서 하루는 아빠가 학교에 찾아왔는데 그 나이대 어린 애들처럼 다들 아빠 머리를 신기해 했다. 그게 초등학교 3학년인가 4학년인가 5학년? 아무튼 그즈음이었는데 좀만 더 일찍 철들었거나 내가 끔찍하게 아빠의 모든 걸 사랑해 그게 뭐 어쨌다고?하고 두둔했으면 부녀에게 모두 훈훈하고 행복한 추억으로 남았겠지만.. 내가 그걸 굉장히 부끄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그후로는 나도 점점 나이를 먹어가며 아빠의 머리에 대해 별 생각 없이 지냈는데, 아빠는 그게 엄청난 상처이자 한이였나 보다. 나도 저러고 잊고 있던 걸 10년이 지나서 내가 20대 중반 땐가 가족들 모인 자리에서 얘기했던 적이 있다. 내가 어릴 때 아빠 머리를 부끄러워해서 그게 너무 서운해 잊을 수가 없었다고. 아마 아빠 나름의 스트레스이자 컴플렉스였는데 당시 아빠가 제일 좋아했던 둘째딸이 그렇게 외면하고 부끄러워했으니 정말 충격이 컸을 거다. 그래서 아빠는 가발을 맞췄다. 

아빠한테 미안한 게 늘 많은데 가장 미안한 순간을 꼽자면 저 때다. 

 

뭔가 일기에 쓰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머릿속이 정리가 안 되고. 근데 속이 답답해 어디에라도 털어놓고 싶어 블로그를 켜 사진을 고르다 떠오른 기억에 짧게나마 적어본다. 어제 예보에선 오늘 내내 비가 내린다고 했는데 다행히 잠깐이라도 해가 쨍하니 떠서 기분 좋았다. 이제 대략 1시간 정도 남았을 텐데. 무사히 잘 마무리되길 

 

너무 뻔한 노래 선곡이라 민망하지만 그래도 항상 나에게 슬픔과 희망을 주는 노래라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