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린 남자들을 사랑했다. 그것은 내가 유아기 때나 청소년기, 그리고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한결같은 취향이다. 나는 늘 같은 나이 대의 남자들을 사랑했다. 그러므로 내가 지금 그들을 어린 남자라고 지칭하는 것은 나의 시간이 흘렀음을 반영하는 표현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내가 사랑한 남자들은 언제나 육체적으론 가장 아름답고, 정신적으론 불안정한 시기의 남자들이었다. 그들은 어리석고, 맹목적이며, 스스로 그것을 알지 못했다. 취향이 없고, 말이 많으며, 언제나 노골적으로 애정을 갈구했다. 나는 그 눈멂을 무척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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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ㅆ)
선
어둠 속에서 너의 옆모습을 봤을 때, 나는 죽기 전에 단 하나의 선만 그어야 한다면 저걸 그려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씨발
극상의 희열과 혼동을 표현하는 말. 보통 무의식중 발화됨.
ㅈ(ㅉ)
자본주의
너와의 만남을 가능하게 했고 불가능하게도 함.
자비
네가 나누어주는 것. 돈을 주면 살 수 있다.
방법1. 40장 이상의 CD를 사서 사인회에 응모한다(당첨여부는 불확실하다.)
2. 시간이 되면 순서를 기다려 네 앞에 무릎을 꿇는다.
ㅇ
아름답다
정확하나 남용되는 말.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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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새삼스레 이런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대화가 불가능한 인간을 사랑한다는 건 도대체 뭘까? 멤버들과 나 사이에 소통은 없었다. 있는 것은 오로지 나의 일방적인 시선뿐. 그러나 나는 내가 생각하는 그들의 모습이 단 하나의 진실이라고 믿었고, 교환도 환불도 불가능할 정도로 멋대로 주물러버렸다. 그렇게 나는 내가 남긴 지문과 생채기를 생각한다. 미묘한 죄의식과 더불어 그걸 남길 수밖에 없던 나의 무능력함에 우울해진다. 누구보다 멤버들에 대해 잘 알고 싶었고 그들에 대해 생각하는 것으로 하루를 보냈는데도 나는 매번 필연적인 실수를 했다.
―환상통, 이희주
지금 1부까지 읽었는데 너무 공감되고 그 중에서도 제일 좋았던 구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