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불러도 구슬 같은 민규는 우리를 향해 웃어준다.
백치같이 흰 이를 드러내며
으아아악
갸아아악
엄마아악! 하는 소리에도 웃어준다.
나는 그 미소가 좋다.
정말 좋아서
열 번 중 열 번은 죽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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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도 먹고 살 준비 해야 하는데. 근데 지금이 아니면 십대의 민규를 볼 수 없잖아요. 십대의 마지막, 이제 네 달만 지나면 스무 살이 되니까. 스무살은…… 어떤 장벽을 넘은 나이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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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코끝이 아렸다. 그러나 울진 않았다. 밥을 먹으면서 우는 일은 눈물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 같다. 밥을 먹는 것도, 눈물을 흘리는 일도 인간의 일이라는 퍼포먼스. 실제로 밥을 먹으며 우는 사람을 보면, 밥을 먹는 건 가치 있는 행동으로 보이는 반면에 눈물을 흘리는 건 자기 연민처럼 보인다. 눈물이 우스워지는 걸 나는 참을 수 없다. 울 때는 눈물에 집중해야 한다. 우는 일은 언제나 그 자체만으로 존재해야 한다. 그래야만 자기 연민을 짧게 끝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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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해해서 그런 거지. 그렇게 절실한 애를 옆에서 보고 있으면 저절로 알게 되는그런 거지. 가끔 걔가, 지 감정을 못 이길 때 울고 그랬거든. 그게 얼마나 웃긴 일이야. 자기를 알지도 못하는 사람 땜에 우는 일이. 근데 그게 웃기니까 더 슬프더라. 더 비참하더라구. 그래서 우는 애를 달래주다가 그때 알았지. 아, 진짜 슬픈 거는 웃긴 거랑 똑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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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이름이 뭐예요?
만옥이요.
만옥.
만옥이라고 적어주세요.
만옥. 이라고 적어달라고 내가 말했다.
―환상통, 이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