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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5. 28. 23:30

기쁜 일을 더 많이 기록하고 싶었는데 어째 일기를 쓰는 날은 죄다 기분이 바닥을 치는 날들일 뿐인지. 그래도 요 며칠 좀 괜찮다 했는데 생각해보면 일주일에 나흘은 즐겁고 이틀은 그냥 그렇고 하루는 아무 것도 못할 만큼 힘들어 하는 것 같다. 그래도 4월 보다는 많이 나아졌으니까. 딱히 위안 안 되는 위안을 심심찮게 남겨 본다. 


나 사실 존나 우울해서 일기 쓰는 건데 노래 세 곡 들으니까 기분 풀렸다. 이렇게 단순해서 내가 죽지 않고 살아가나 봐. 노래도 일부러 우중충하니 처지고 존나 우울터지는 거 들었는데 어쩜,,,그래도 정리할 겸 이것저것 써보려고,,,


기쁜 일이 있었다면 언젠가 블로그에 쓴 적이 있던 K를 다시 만나게 된 소식이다. 다른 친구를 통해 연락이 왔었고 2년 가까이의 간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제 카톡하다 헤어진 것처럼 이야기를 나눴다. 바로 날을 잡고 만나기를 기다리다 어제 드디어 만나고 왔다. 얼굴을 보기 전까지 걱정이 조금 됐긴 했는데 그런 걱정 무색하게 잘 대화하고 먹고 웃고 왔다. 
대화 주제가 이제는 확실하게 인생이라는 초점에 맞춰졌다는 사실 자체가 서글펐다. 어렸을 때 교복을 입었을 때는, 그것도 떠나서 마지막으로 연락을 나눴던 2년 전만 해도 대화 주제의 2할이 될까 말까했던 우리의 인생이란 주제가 이젠 대화의 주를 이루고 있어서 대화를 나누다가도 먹먹하고 시간 존나 야속하다 다시 한 번 느꼈다. 
연락을 안 하던 2년 동안 서로 어떻게 지냈냐 이야기를 나누다가 결국 마지막엔 둘다 울면서 대화를 마무리했다. 내 인생의 가장 우울했던 스무살에 나 또한 모두와 연락하기가 싫어서 번호도 바꾸고 반 년 가까이 핸드폰도 잘 안 보던 시기가 있어서 그냥 나도 그렇고, 내 주변 누군가도 이렇게 떠난다면 이해를 해야지, 초연하게 받아들이자 했는데 사실 막상 K와 연락이 완전히 끊겼을 때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더라. K는 내 다섯 손가락보다 더 안에 꼽히던 친구였고 무의식 중에 생각했던 나의 미래에도 K는 꼭 있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겨우 스무살에 얄팍하게 다짐했던 것과 달리 조금 서운도 하고, 죄책감도 들고 여러 가지 기분이 드는 것을 외면하지 못했다. 9월에 이 얘기를 썼던데 그때는 괜찮다고 썼지만 사실 다 구라다. 은연 중에도 나는 떠올렸고 그리워하다가 슬프기도 하고, 생각보다 꽤 생각을 많이 했다. 4월에 꿈에서 나왔을 땐 울기까지 했는데,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동안 얘는 어땠을까 궁금했다가 막상 이야기를 들으니까 너무 미안해서 눈물이 다 났다. 
K가 그랬다. 혼자 있으면 다 정리가 됐을 줄 알았는데 막상 사람들을 만나서 그때의 이야기를 나누니까 사람들을 안 만난 게 후회가 됐다고. 혼자서 버텼기에 배운 것들이 있던 것 만큼 후회도 많이 들었다고 했다. 어느 일이든 장단점이 있었고, 그것을 배웠던 시간들이라고. 그러면서 인생엔 좋은 날들이 있는 만큼 힘든 날들도 있고, 살이 찔 때도 안 찔 때도 있다고. 그 말을 덤덤하게 하는 K를 보고 결국 어이없게도 울었다. 너무 미안했다. 혼자 힘들었을 시기에 도움이 못 된 것도, 얘 혼자 고군분투 버텼을 시간들에 대한 투정을 부린 것도, 그리고 지금의 현재에 대해서 제대로 된 위로 조차 건네지 못한 다는 것들이 복합적으로 차올라서. 정의내리기 어려운 마음들이 속을 계속 어질렀다. 이제는 힘든 일이 생기면 나누자고 약속했는데, 나는 여전히 남에게 내가 힘든 당시에 그 힘든 것들을 말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이건 조금 지키기 어려울 것 같지만 그래도 좋았다. 
K와 헤어지고 집에 가는 길에 지하철을 타지 않고 합정까지 걸어가며 S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했다. S는 잊지 않고 전화해줘서 고맙다고 했고 나는 전화를 받아줘서 고맙다고 했다. 어제의 일요일은 꽤 좋은 하루였다.


삶이 힘든 게 참 싫은 게, 내가 직접적으로 힘들고 짜증나는 것 때문도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봐도 무감한 기분을 들게하는 거다. 적당히 힘든 거는 좋아하는 것들 보면서 버티고 힘내는데, 그냥 존나 힘들 때는 이것마저도 소용이 없어진다. 그때는 진짜 의지할 게 온전히 나 뿐이라서 내가 잘해야만 버티고 다음으로 넘어간다는 사실이 여전히 힘들고 어렵다.  


사실 오늘 가장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4월부터 늘 그렇듯 일하는 곳에서 일어났는데 막상 이 이야기를 적으려면 왠지 모르게 손이 안 간다. 주말에 각 각 다른 친구를 만나 그간의 얘기를 전하면 나보다 더 열받아 하며 나 대신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던데 나는 이 힘듦도 익숙해졌나 보다. 그래도 여전히 힘든 것은 힘들고 슬픈 건 슬프다. 당장 내일 출근이 너무 하기 싫다. 비어있는 옆자리가 너무 심심할 것 같다.  


그리고 정말. 열등감은 어떻게 없애야 되지? 신경을 안 쓰고 싶어도 결국 신경 쓰여서 혼자 스트레스만 존나 받는다. 어쩌다 나는 마이너스한 감정들만 달고 살게 됐는지. 솔직히 백날 우울해도 상관 없으니까 내 인생에서 열등감은 사라졌으면 좋겠다. 근데 그러려면 내가 존나 잘 해야 된다. 그거 아니면 답이 없다. 2n년을 달고 산 감정인데 좀 무시한다고 사라질 게 절대 아니라는 걸 안다. 그냥 내가 잘 해야지. 근데 너무 사소한 거, 돌이켜 보면 인생에 남을 거 하나 없는 것들에 까지 내가 열등감을 느낀다는 거다. 너무 짜증난다. 나도 쿨하던지 무신경하던지 둘중 하나고 싶어. 이렇게 살기 싫은데. 적어도 10년은 더 살아야하는데 10년 뒤면 나는 존나 (나이 만은) 어른일 테고 그때까지 이 좆같은 감정 때문에 스트레스 받기 싫다. 짜증나 이 비슷한 내용을 작년 여름에도 썼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1년이 돼가는 시간 동안 나아지는 게 없어. 너무 싫다.


진짜 오랜만에 the 2 of us 듣고 있는데 이 노래는 정말 신기하리 만치 우울하고 하이라이트를 듣고 있으면 침대에 누워서 눈물을 쏟아내고 싶게끔 만든다. 답답할 땐 우는 게 최곤데 오늘은 그냥 울고 싶지는 않다. 적당히 풀려서 다행이다. 힘들다 힘들어. 무념하게 살고 싶다. 우리 집 열대어들처럼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