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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3. 18. 19:42

 나와 b는 쌍둥이다. 아니 진짜 쌍둥이는 아니다. 근데 맨날 붙어 다녔더니 진짜 쌍둥이가 되었다. 우리는 노래도 지었다. 우리는용감한쌍둥이형제어마배를가르고나온우리엄마는배가찢어져서죽었다네 우리는 어디서나 그 노래를 불부르고 다녔다. 나는 미미 b는 슈슈를 들고 있었다. 사람들은 우리의 노래를 싫어했다. 사람들은 우리를 싫어했다. 그러나 괜찮았다. 우리는 아주 명랑했다. 우리는 아주 건방졌다. 우리는 꿈이 있었다. 우리는 온 세상을 차지하고 우리를 미워하는 사람들을 다 죽일 생각이었다. 옛날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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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날 나와 b는 아주 사이가 좋다. 우리는 같은 냄새를 풍긴다. 식당에 가면 같은 것을 시킨다. 같은 빨대를 핥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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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깡패가 좋아졌다. 어느날 깡패가 나에게 본드 부는 법을 알려주었다. 우리는 옷을 다 벗고 나란히 손을 잡고 누워 비닐봉지를 뒤집어썼다. 비닐봉지는 흰색이고 롯데마트라고 씌어 있었다. 우리는 온 얼굴에 본드가 범벅이 되어 이천원짜리 천국으로 갔다. 천국은 티타늄화이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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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b는 오래된 숲으로 소풍을 갔다. 숲에는 연두색 초록색 갈색 빨간색 검정색이 다 있어서 중학생이 열심히 그린 수채화 같았다. 우리는 풀 위에 누웠다. 햇살은 두꺼운 스웨터였다. 햇살은 우유를 듬뿍 넣은 바닐라 아이스크림이었다. 햇살은 인적 없는 바닷가의 파도였다. 햇살은 포근하고 사르르 녹고 조용하고 파란색이었다. 스웨터 아이스크림 파도가 우리의 창백한 팔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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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게 다 좋았다. 세상은 체리캔디같이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때 소방차가 왔다. 그 불길한 빨간색 자동차가 우리의 꿈에 차가운 오렌지색 호스를 들이댔다. 꿈은 비명을 지르며 물러섰다. 그러나 우리의 손을 꼭 잡은 채였다. 반쯤 타다 만 깡패가 울부짖었다. 나와 b도 울부짖었다. 우리의 아름다운 꿈은 새빨간 악몽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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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미친 사람 거지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이제 공원으로 갈 것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말할 것이다. 우리도 한때 재미있었던 적이 있었다. 우리도 한때 날아다니던 때가 있었다. 그렇다 우리는 진짜 나비였다. 우리가 진짜 나비였을 때 우리는 구름을 먹었고 선인장을 껴안았다. 우리는 너무 아름다었으므로 사람들은 우리를 미워했다. 우리는 진짜 나비였다. 그러나 아무도 우리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더이상 나비도 아니고 진짜로 웃을 줄도 모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꽃처럼 시들어버렸다. 사람들이 꽃이 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꽃은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약 단 한 명이라도 꽃이 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도했다면 꽃은 영원하고 우리도 진짜 나비가 되었을 것이다. 깡패는 진짜 깡패가 되어 매일 밤 진짜 좋은 마약을 하고 깡패 형의 철물점은 무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나비가 되지 못했다. 깡패는 파리처럼 타버렸다. 그게 끝이었다. 아니 끝까지 타지도 못했다. 그게 우리의 끝이었다. 


-<나와 b>, 김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