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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0. 31. 23:47

안녕 10월

그래도 집은 집이구나 느꼈던 순간들이 많았던 10월. 하루종일 짜증내고 울다 와도 집 들어와 가방을 던질 때부터 어깨를 짓누르던 죄책감과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됨을 느끼는 순간 난 진짜 집이 최고구나 다시 한 번 상기했다. 하루종일 내 잘못 같았던 일들도 집에 오면 별 일 아니었구나 잊게 되는 게 난 정말 집에만 있어야 겠다 다짐함 그래서 퇴사는 언제 하죠?.....ㅎ

아빠의 기나긴 업무가 이젠 진짜로 끝이 났다. 조촐한 종이가방에 담아온 아빠의 시간들을 보고 엄마는 처음에 웃으면서 우리끼리 술 한 잔 하러 갈까? 하곤 방에 들어가서 흐느껴 울었다. 칫솔이랑 치약이 들어있는 걸 보고 엄마가 무슨 감정을 느꼈을지 나는 알 수 없었지만 우는 엄마를 달래면서 나도 또 울었다. 어릴 때 주말에 여행을 다녀오는 고속도로 차 안에서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가 흘러나왔단 적이 있었는데 고작 열 살쯤 됐을 때였는데도 그 노래가 너무 우리 엄마 아빠 같아서 뒷좌석에 앉아 혼자 눈물을 닦았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땐 엄마도 아빠도 젊었고, 비록 늦둥이로 태어난 나였지만 그래도 50도 안 됐던 연세들이었는데 이젠 그 노래의 주인공이 되었다. 세월이 어쩜 이렇게 빨리 흐르는지. 난 아직도 어릴 적 고향에서 살던 열 살의 초등학생 같고, 언니도 중학생 같고 동생도 파란색 스누피 패딩을 입고 다닌 꼬맹이 같고, 엄마 아빠도 청바지를 입을 것 같은데. 요즘엔 그때의 기억들이 자꾸만 흐릿해져서 일부러 더 생각하려고 힘쓴다. 그래놓고 자꾸 어린 시절에 잡혀서 우울해 한다. 나이 먹는 게 싫고 아직도 영원한 것을 찾는다

사실 귀찮아서 음악 사진만 올리고 말랬는데 그냥 꼭 쓰고 싶어서 남긴다 이러다 나중에 잠금글로 올리겠지 뭐

평일엔 맨날 12-1시면 뻗어서 잠들었는데 오늘은 잠도 안 오고 자기도 싫고 눈을 떠서 새 하루를 시작하는 게 너무나도 싫어 우울하다. 난 목적 없이 그냥 살고 싶은데 대체 태초의 어떤 새끼가 이렇게 열심히 살아 세상을 발전시켜서 수십 만 년 뒤의 무고한 나까지 고생하며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단지 생각을 하고 손으로 조작이 가능하단 이유로 시발 내가 마음 고생을 하고 보이지 않는 것들에 허덕이며 내 삶의 질을 깎아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좆같다. 그냥 본능껏 살지 왜 이렇게 열심히 살아서 미래의 나한테까지 영향을 줘..... 근데 또 열심히 살았으니 이렇게 일기랍시고 새벽까지 핸드폰을 두드리고 있겠지 ㅅㅂ 그치만 너무 싫다 그냥 살지 그냥... 왜 일을 해서...왜 농사를 지어서...ㅅㅂ... 힘들다 힘들어


요즘을 사는 나의 심정...근데 난 비흡연에 담배혐오하는 인간....

내일이 안 왔음 좋겠어요..아침이 안 밝았음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