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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 4. 01:53

사진부터 올리는 나의 완주 메달🏅✨🙌

태어나서 첫 마라톤을 뛰었다!​

​아침 6시 반까지 여의도 공원으로 모여야 했는데 도저히 아침에 못 일어날 것 같아서 결국 거의 밤새고 일어나서 나왔다. 달리기를 제대로 해본 경험이 없어서 러닝화가 있을리 만무했고,, 다행인지 뭔지 고삼 때ㅎ 샀던 운동화가 아직 있어서 그거 신고 나옴. 근데 좀 많이 오래 돼서 그런지 바닥이 미끌미끌했다. 그치만 색깔은 지금 봐도 귀여운 듯..

하튼 정말 새벽 일찍부터 나와서 버스 기다리면서 찍은 사진. 


웬 마라톤이냐고 하면, 사건의 발단은 마라톤을 뛰고 싶다는 친구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사실 뛰는 걸 싫어했던 나라서 마라톤이 웬말인가 했지만 결국 나왔다. 짐 맡기는 데 시간 오래 걸린대서 지갑이랑 에어팟만 챙겨 가고 싶었는데 추워서 플리스 아노락 입고 가느라 결국 짐을 맡기게 됐다. 진짜 새벽 하늘 너무 오랜만에 봐서 신기해서 찍음

사람이 정말 엄청 많았다. 여의도공원 들어서자마자 느낀 건 우리나라에 달리기를 좋아하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였다. 난 대충 걷다 올 생각으로 왔던 건데 다들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와서 조금 놀랍고 신기했다. 미세먼지도 본격적이어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빌딩들을 보는데 흐려가지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거 아닌가 잠깐 고민함...

대충 서서 친구 기다리다가 각 그룹으로 가라는 말에 출발선 찾아 갔다. 나는 에이였고 친구는 비여서 고독한 나와의 싸움이 되겠구나ㅋㅎ 생각하며 에이 그룹으로 감. 뭐 이런 저런 연옌들 나왔는데 중간에 서있어서 안 보였음ㅠ

하튼 몸풀기 운동하고 축사 듣고 허겁지겁 카운트다운 셌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첫 마라톤 ㅎ

사진은 돌아오는 코스였지만 여의도공원에서 시작해 마포대교로 가는 게 첫 코스였다! 다들 뛰는 걸음에 맞춰 나도 계속 뛰었는데 이렇게 뛴 게 거의 고등학교 때 이후 처음이라 진짜 힘들었다. 공원 벗어나자마자 힘들어서 욕하면서 뜀ㅠ 살다 살다 이렇게 뛰어보는 날이 있구나 생각하며 마포대교로 뛰어가는데 무슨 아침 햇살이 그렇게 따사롭게 내려쬐던짘ㅋㅋㅋ진짜 무슨 청춘만화마냥 정면으로 쏟아져서 덥고ㅠㅠㅋㅋㅋㅋㅋ짜증났다 흑 근데 뭔가 내가 무슨 만화 주인공 된 기분 들어서 좋기도 했고 이런저런 생각들 들었음.

그리고 드디어 입성한 마포대교! 차가 완전 통제돼서 텅 빈 대교에 사람들로 가득 차있었는데 너무 신기한 경험이었다. 내가 마포대교에서 뛸 일이 있더라도 텅 빈 다리 위를 가로질러 뛸 일은 거의 없으니까 너무 색다른 경험이었다. 진짜 다리 빠질 거 같았는데(시작한지 15분쯤 됐었음ㅎ) 어차피 난 뒤에 가서 걸을 거였고 이번 마라톤의 목표는 1시간 안에 들어오는 것보단 완주라는 것에 더 큰 의의를 뒀다. 그래서서 뛰는 중간중간 작은 목표들을 세웠는데 가장 첫 목표가 마포대교가 끝날 때까지 계속 뛰자였다. 그냥 그 텅 빈 대로를 달릴 일이 살면서 별로 없을 것 같아가지고 걸어가면 좀 아까울 것 같았다. 다리는 제발 걸어달라고 했지만 진짜 태어나서 제일 열심히 뛰었던 순간 같다. 하필 그때 또 위대한 쇼맨 노래들이 나오고 있었는데 디스이즈미랑 프롬나우온 들으면서 다리 위를 뛰니까 내가 무슨 엄청 대단한 영화 주인공이 된 기분도 들고 솔직히 진짜 좋았다. 너무 힘들고 숨쉬는 것도 버거웠는데 그 기분이 좋았고 어떻게든 목표는 달성하고 싶어서 진짜 미친듯이 다리를 움직였다. 해도 막 떴을 때였는데 아침보단 살짝 저녁 같은 느낌이 들었고 또 무슨 새 떼들이 엄청 무리 지어 하늘 위로 날아다녔다. 진짜 무슨 만화 같고 영화 같은 기분이 들었다. ㅎㅎㅎ 그리고 난 내 나름의 목표였던 마포대교까지 쉬지 않고 뛰기를 달성했었다. 다리 끝나자마자 거짓말처럼 걸었지만 그 뛰었던 순간들 기억이 오래 갔으면 좋겠다. 너무 좋았음.


마포대교 건넜을 때만 해도 와 나 한 5키로 뛰었나 했는데 겨우 2키로 지난 시점이어서 좀 눈물날 뻔했다ㅠㅎㅋ 마포역 도로변도 거의 통제 돼있었는데 그 도로에 전부 흰 트레이닝복들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한 게 너무 신기했고, 나는 그걸 보면서 계속 걸었다. 내가 선두 그룹이었는데 비그룹 사람들 하나 둘 치고 오는 거 보고 와 대단하다 하면서 걸었음......그렇게 뛰다 말다, 코스 돌아 마포대교 다시 나올 땐 또 뛰고,,, 그러다 다시 걷고의 반복. 한 3키로 뛰고 7키로는 걸었던 것 같닿ㅎㅎ


당산동 쪽으로 뛸 때 터널이 있었는데 터널 지날 때마다 사람들이 환호성 내뱉으면서 서로 힘 북돋아 주고 잠깐이라도 다 같이 웃으면서 뛸 수 있던 순간들도 정말 좋았다. 진짜 나를 아는 사람은 거기서 나뿐이었으니까 혼자 생각할 시간이 많았는데, 막 무슨 영화나 소설처럼 달리면서 나의 사람을 고찰해보는 것 대신 그냥 와 진짜 힘들다, 존나 힘들다 생각하면서 뛰었다. 과거 일 기억 하나도 안 났음..그냥 정말....힘들단...생각만 했다. 


나는 쓸 데 없이 감수성이 넘치는 편이고, 마라톤은 내게 있어 정말 너무 힘든 행사여서 그런지 주변의 달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울컥했던 순간들도 많았다. 그래서 또 혼자 뛰다가 벅찼던 순간도 많았고 뭐 암튼 그랬다. 줄줄이 나열하기엔 너무 개인적인 감정이라 그냥 혼자 기억하겠음,,,하튼 존나 벅차고 막 그랬당


그리고 드디어 1키로 남은 구간에서 사람들 다시 우르르 뛰기 시작함ㅋㅋㅋㅋ나도 그중 하나였고 9키로 표지판 본 순간부터 다시 뛰었는데 진짜 사람이 할 짓이 아닌 거 같아서 코너 돌고 다시 걸었다,,ㅎㅎㅎㅎㅎ


그러다 여의도 공원 코너를 도는데 드디어 결승지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 모두 도착선이 보이자마자 미친듯이 뛰었다. 10키로 뛰면서 가장 빠르게 뛰었던 순간 같다. 커브를 돌기 직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인 지잃않을 틀어놓고 무조건 도착선에 들어갈 때까지 걷지 말고 뛰자고 다짐했다. 내 옆에 있던 사람들을 하나 둘 지나서 점점 도착선에 가까워지는 순간의 기분들과 그때 나왔던 지잃않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마포대교 이후로 또다시 죽을 듯 뛰었다. 도착선을 넘어서 나만의 엔딩이 완성된 기분이 정말 뿌듯함을 넘어선 그 이상의 감정들이었다. 


아 사실 이 일기를 마라톤 뛴 당일날 좀 쓰다가 한참 지나서 이어 쓰는 거라,,,저때의 갬성과 중간중간 분위기가 안 맞는 게 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의 기록은 저기에서 2분 뺀 1시간 31분 정도!ㅎㅎㅎㅎ

그래도 완주한 게 어디야 너무 신나고 기쁘고 뿌듯해서 좋았다!


파워에이드 받을 거 기다리면서 찍은 잠금화면
저 배경화면은 한창ㅎ 혼나고 일하다 주눅 들었을 때 우연히 본 려원 인스타 무물 답변이 너무 좋아서,,한동안 잠금화면 해놓고 다녔던 것,,ㅎㅎ


다들 비슷비슷하게 도착해서 간식이랑 메달 받는 줄이 기다리는 것도 엄청 오래 걸렸다. 분명 후발주자였던 내 친구는 나보다 한참 일찍 도착해있어서 메달 받고 바로 친구 만나러 갔다. 둘다 뿌듯해서 사진도 찍곻ㅎㅎ그랬다

간식 받고 바로 갈랬는데 공연하고 있었고, 하씨 끝나고 오마걸 나오길래 친구랑 무대로 질주함 하 진자 너무 최고였음,,효정아 사랑해 정ㅁ라정말사랑해ㅠ최고야ㅠ 글고 청하도 진짜ㅠㅠㅠㅠ존멋 혼자 하는데도 무대 꽉 채우는 게 진ㄴ짜 최고였음,,,아침부터 존멋인 사람들 봐서 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친구랑 체력회복하러 삼계탕 먹으러 감. 이게 뭐였더라 흑임자 삼계탕인가,,,? 뭐였지,,,? 하튼 엄청 검정색이었음. 글고 맛있고 진짜 든든했다. 


그리고 안마의자 있는 수면카페 와서 쉬다가 도저히 더 놀 수 없다 결론이 나서 헤어짐. 코스 완전 운동 동호회재질,,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진짜 잠 오고 좋더라,,,, 가끔 이용해보고 싶음



그리고 오늘 하루의 만보기!

뿌듯하다ㅎㅎㅎ


아 사실 이 글은 정말 마라톤 당일에 엄청 벅찼던 감정이 오래 가서 되게 감성적이게 시작했는데, 지금 일기 다시 쓰는 건 거의 2주가 지난 시점이라 사실 좀 많이 희미해짐 ㅎㅎ ㅠㅠ 그래서 좀 아쉽긴 하다ㅠ 하튼 정말 내 인생에서 무언가 이렇게 긴 거리를 완주해본 것은 물리적인 거리뿐 아니라도 학교 졸업? 정도의 시간들 밖에 없어서 그런가, 여느 문학작품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의미 있게 참여한 것도 있었다. 달리면서도 정말 완주하면 막 눈물나고 감격스럽고 그럴까? 이런 의구심을 품으면서 뛰었는데 진짜로 도착선이 보이고 갑자기 뛰는 속도가 빨라진 순간 감정도 극적으로 치닫는 게 내 감정인데도 신기하고 그랬다. 난 정말 무슨 일을 오래 하고 엔딩을 본 순간이 많이 없어서 그런지 고작 10키로 뿐이었는데도 대단한 일을 해낸 것 같은 뿌듯함이 몰려왔다. 한창 자신감이 없어질 때였는데 잠시였지만 뭘 해도 잘 해낼 것 같은 그런 자신감도 들고. 암튼 정말 새벽에 집을 나서는 순간까지 가기 싫어 죽을 뻔했는데 참가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종 뛰는 취미를 갖고 마라톤 참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