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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9. 2. 05:19

핸드폰 업데이트를 했다
핸드폰 처음 사고 한두 번 하다가 3년을 뻐겼더나 카톡에서 먼저 선빵 때렸다 카톡 업데이트 하라고
채팅도 프사도 설정도 아무 것도 안 눌리고 카톡은 업데이트를 하라는 팝업만 띄웠다
연락 올 곳들도 있고 해서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핸드폰 정리를 하고 용량을 확보했더
이제 더 미룰 수 없어서 정말 집 뺏긴 비버 심정으로 카페에서 급하게 사진 정리했다
소프트웨어 용량보다 2배 여유롭게 비워놨지만 워낙 오래 전에 마지막으로 업데이트를 해놔서 거의 4단계를 건너 뛰고 이뤄지는 패치라 혹여나 무한사과에 걸릴까봐 엄청 조마조마했다
무한사과새끼로 식세스를 허무하게 날린 경험이 너무나도 큰 공포여서 사진 지우고 업데이트 버튼을 누른 데 손이 덜덜 떨렸다
그리고 거의 2시간 동안 피가 마르는 경험을 했다 졸도할뻔
사진이 4만 장 넘게 있는데 백업을 들쑥날쑥 해놔서 업데이트 시간이 줄어들 때마다, 완료 바가 채워질 때마다 토할 거 같았다
일부러 독방 같은 곳에 혼자 앉아 있었는데 앞에 벽이 있었고 머리 위로 나오는 음악들이 죄다 비트 강하게 둥둥거리는 것들이라서
업데이트 기다리는 내내 졸도할뻔 했다 내가 공황이 있나 싶었을 정도로 손 떨리고 숨이 꽉 막히고 토할뻔했다
안 그래도 점심을 좀 억지로 챙겨 먹어서 속도 안 좋았는데 그 자리에서 다 게워내고 싶었음
근데 그도 그럴게 식세스 사진 날린 게 너무 큰 스트레스였어서 업데이트 기다림은 공포 그 자체였다
심지어 왜 이렇게 느리게 업데이트 되는지 진도도 느려서 더 죽을 것 같은데 드디어 다 됐나? 싶었더니 갑자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새로 패치하길래 그땐 진짜 딱 죽을 거 같았다
2시간의 지옥 끝에 결국 내 핸드폰은 가장 최신 상태의 소프트웨어를 유지하게 됐다
업데이트 완료 되고 hello 창 떴을 땐 진짜 벌떡 일어나서 만세삼창 하고 싶었어
새 기능들 둘러볼 새도 없이 카톡 업데이트 하고 밀린 카톡들 확인했다
그리고 나서 조금씩 이것저것 눌러보는데 ui 개 못생겨져서 너무 속상함 아직도 내 핸드폰과 낯가리는 중이다
하지만 업데이트해서 좋은 점은 브이앱과 티스토리를 다시 깔 수 있다는 것과 패드로만 하던 유니버스도 깔 수 있다는 점. 어플 안 깔려서 티스토리 소홀히 했었는데 다시 이것저것 쓸 수 있을 듯
에휴 속상하지만 그냥 하루빨리 받아들이는 게 마음 편해지니까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할련다

나이가 먹을수록 변화에 대한 거부가 늘어난다
영원한 건 없는 걸 아는데도 최대한 마지막까지 바짓가랑이 길게 늘려 붙잡고 싶어지는 고집이 생긴다
업데이트를 기다리며 카메라로 갖고 다니는 오에스를 썼는데 걔도 ios7인가에서 멈춰 있어서 웬만한 어플이나 사이트들이 다 안 됐다
어플이 튕겨서 사파리로 접속하려고 했는데 더는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라고 뜨는 창을 보고 얼마나 속상했는지
익숙한 게 좋다 내가 알고 보고 있는 주변의 모든 것들이 항상 늘 그대로였음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변하는 건 시간뿐이었음 좋겠다
모든 게 다 그 상태로 영원하면 좋을 텐데
억지 부려 될 일이 아니란 것도 너무 잘 알아서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