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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가끔 새파란 하늘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재밌는 어떤 걸 볼 때면 오래오래 살고 싶어져.
그러다가도 금새 죽고 싶어지는 걸 보면 난 아직도 징그럽게 변덕스럽지.
오늘 나는 해가 넘어가는 시간에 일어났어.
날이 많이 추워서 너가 사준 두꺼운 외투를 꺼내 입었어. 알바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엔 우리가 만나곤 했던 버스 정류장이 있다.
너는 정류장 맞은 편에 실내가 훤히 들여다 보이는 아파트들을 유난히도 싫어했잖아. 창 너머로 비치는 멀끔한 내면은 잘 다듬어진 삶의 단편 같았어.
우리에겐 절대 닿을 수 없는 삶이라고 생각했나 봐.
동경을 혐오로 감추는 건 너와 내 주특기였어.
45번 버스에서 내리는 네 흰 운동화의 앞코만 보고도 난 늘 너인줄 알았고 단번에 웃음이 샜다. 우린 곧장 걷지 않고 의자에 앉아 한참을 웃고 떠들었어.
창 너머의 사정은 아무래도 상관 없는 사람들처럼.
사랑해줘서 고맙다고 얘기했었나. 안 했던 것 같다.
싫은 게 너무 많았던 열아홉은 단정한 스물다섯이 됐어. 재미는 좀 없다.
나는 너와 함께했던 유난스럽고 소란한 시간을 매일 생각해. 피곤하고 아팠지만 그립다.
보고 싶어. 아직도 많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