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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7. 18. 01:25

 

"지긋지긋 해." 코니가 방에 들어가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입을 다물고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상상해보려 했다. 누군가를 너무도 잘 알아서 내가 거의 그 사람이 되는 느낌.

 

차고에서 차가 나가는 소리를 듣자마자 침대에서 나왔다. 이제 다시 집이 내것이 되었으니 안심될 줄 알았는데 약간 슬펐다. 새셔와 줄리안은 또 새로운 경험을 하러 떠났다. 더 큰 세상의 속도로 돌아가기를 선택했다. 그들의 기억 속에 나는 희미해지겠지. 버려진 집에 머무는 아줌마로. 자신들의 인생이 중요해질수록 점점 더 작아지는 정신의 각주에 불과한 것이 되겠지. 

 

그 사람을, 데이비드를 떠올리니 내가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삶을 상상했던 때가 기억나 놀라웠다. 사랑이 아니었다. 대체 가능한 즐거운 관성이었다. 함께 차에 타고 있을 때 흐르는 편안한 침묵. 해는 이미 지고 대기에 그 여운이 어른거릴 때. 함께 주차장을 지나갔던 날, 나를 바라보던 시선.

 

가엾은 새셔. 불쌍한 여자애들. 세상이 그 애들에게 사랑의 약속을 잔뜩 먹인다. 그들은 절실하게 사랑을 원하지만, 결국 사랑을 받는 것은 얼마나 소수이던가. 

 

"뭐, 별로." 내가 말했다. 나는 지난 몇 주 동안 강해져 있었다. 목장생활로 우리의 익숙한 갈등에 관심이 별로 없어진 상태였다. 그런데 얼마나 재빨리 예전의 그 충성심이 돌아오던지. 그 군집동물의 절박함. 나는 그 애들이 나를 좋아하길 바라고 있었다. 

 

수전 파커. 내가 공원에서 수전을 처음 본 순간 원자들이 모두 자리를 바꾸었다.

 

인생은 내가 한때 상상했던 것처럼 쌓아올려지지 않았다. 나는 기숙학교와 2년제 대학을 졸업했다. 10년 내내 로스엔젤로스에서 멍하게 지냈다. 처음엔 엄마를 묻었고, 그다음에 아빠를. 아빠의 머리카락은 아기처럼 숱이 줄었다. 세월이 절벽의 파편처럼 허물어지는 동안 나는 각종 요금을 내고 먹을 것을 사고 시력검사를 받았다. 인생은 계속 가장자리에서 물러났다. 

 

경찰이 수겁을 채우려 하자 미친개들처럼 땅에 침을 뱉고 흐느적거리던 소녀들. 그들은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굴었지만 자존심을 지켰다. 아무도 도망가지 않았다. 끝까지, 소녀들이 러셀보다 강했다. 

 

 

더 걸스 The Girls, 에마 클라인